처음 해외로
사실 나는 해외여행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엔 지금처럼 사람들이 해외에 많이 나가던 때도 아니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으니까. 나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살아오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대학교에서 좋은 기회가 있어 동남아 패키지여행을 처음 떠났다(내가 우리 가족 중 처음으로 해외를 가보았다)
그리고 5년 후엔 혈육 덕분에 일본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 단체로 다니면서 하라는 대로 따라가기 바빴던 패키지여행은 그냥 어디 어디를 가봤었는데..라는 기억만 조금 있을 뿐 특별히 재미있는 추억은 없었다.
어서와 자유여행은 처음이지
또다시 2년이 지나 혈육과 함께 홍콩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게 내 인생의 첫 번째 자유여행이었다. 사실 혈육이 전에 홍콩을 한번 다녀온 적이 있었고 같은 아시아 국가라서 자유여행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이 두근두근 설레기만 했었던 것 같다. 여행 당일 시작부터 공항버스를 놓쳐서 혈육과 약속한 시간보다 30분 늦게 공항에 도착했다. 워낙 여유 있게 시간 약속을 잡은 터라 아무 문제는 없었지만 엄청난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얼른 숙소로 이동해서 짐을 내려놓고 관광을 나섰다. 유명한 맛집을 찾아 딤섬을 먹어보고, 돌아다니다 더울 때는 허유산에서 망고음료도 사 먹고 밤엔 스타의 거리에서 심포니오브라이트를 보고, 또 다른 밤에는 빅토리아피크에 올라가서 홍콩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보기도 했다. 고향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한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여유로운 차 한잔
음식점 중 유일하게 여행 전 미리 예약하고 방문했던 더베란다의 애프터눈 티 세트이다.
카페에서 이렇게 많은 빵들을 시켜놓고 여행지에서는 시간이 금이라 낮에 카페에 가봤자 잠시 쉬면서 숨고르고 가는 정도이기 때문에 1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여유로움이 생각나곤 한다. 여유롭게 가보자!라고 마음먹어도 막상 가보면 그게 안되고 부지런히 돌아다니게 된다. 평소에는 너무나 게으른 스타일인데... 카페에서 오랜 시간 여유를 가진 건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왕 홍콩까지 왔으니 배를 타고 마카오로 이동해서 성바울성당을 보고 에그타르트도 사 먹고 생전 처음 카지노도 가봤다. 장난 삼아 머신에 앉아 혈육과 함께 나란히 한 만원쯤 잃고 왔다.
날씨가 많이 덥긴 했지만 비 한번 오지 않고 맑았었다. 덕분에 계획하고 갔던 모든 곳을 방문할 수 있었는데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홍콩은 물론 마카오까지 참 열심히도 돌아다녔었다. 중간에 혈육이 핸드폰을 잠시 분실하는 일도 있었지만 다행히 찾을 수 있었다. 나의 첫 자유여행은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고 이후 여행지에서 핸드폰을 열심히 챙기게 되었다.
처음 시작을 나름 잘해서인지 해외여행을 좋아하게 되었고 아주 가끔씩이지만 해외로 나갈 기회를 엿보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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